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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도입 주택임대차보호법 27일 국회 법사위 상정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기존 세입자가 이전에 계약을 몇번을 연장했는지 상관없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집주인도 임대 놓은 집에 본인이 직접 들어가서 살아야 하는 사정을 입증하면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부할 수 있게 된다.파워볼

27일 국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임대차 3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임대차 3법 [연합뉴스 자료사진]
임대차 3법 [연합뉴스 자료사진]

임대차 3법은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를 말한다. 이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기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다.

현재로선 2년의 기존 계약 기간이 지나면 한 번 더 계약을 2년간 연장하게 하면서(2+2안) 계약 갱신시 임대료 상승폭을 기존 계약액의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제한하는(5%룰) 방안이 유력하다.

정부는 법 시행 이전 계약한 기존 세입자도 법 시행 이후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는 세입자를 더욱 폭넓게 보호하고 전월세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조치다.

여기에 더해 당정은 단순히 총 4년의 계약 기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한 차례의 계약 갱신을 무조건 인정하는 방식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단순히 총 4년의 계약기간만 인정하게 된다면 기존 계약자 중 이미 한번 이상 계약을 갱신한 세입자는 이미 2+2 이상 계약을 한 것이기에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전에 계약을 몇번을 갱신했건 상관 없이 기존 세입자는 법 시행 이후 한번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당정은 집주인이 거주이전의 자유를 행사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거부할 수 있는 요건도 명확하게 규정할 예정이다.

특히 집주인이 전월세를 놨던 집에 직접 들어가서 거주해야 하는 상황에는 계약갱신 요구를 거부할 수 있도록 법으로 명문화할 방침이다.

물론 이렇게 되면 집주인이 기존 계약의 연장을 거부하기 위해 허위로 실거주 주장을 할 소지가 있다. 집주인들이 전입신고만 해놓고 잠시 집을 놀렸다가 새로운 세입자를 받으면서 전월세를 왕창 올릴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계약갱신청구권의 유력한 안은 2+2안이지만 두번 계약을 갱신하게 하는 ‘2+2+2안’도 언급되고 있다.

총 6년의 계약기간을 보장하는 것은 초등학교가 6년,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각 3년으로 돼 있어 세입자 가족이 학교를 안정적으로 다니는 데 도움이 돼 최근 여당 내부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다.

당정은 이날 임대차 3법 도입을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법사위에 상정됨에 따라 이번 7월 임시국회 내에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속도를 낼 방침이다.

7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는 8월 4일이며 회기는 8월 5일까지다.

8월 국회는 열릴 가능성이 크지 않기에 임대차 3법 제정안이 내달 4일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9월 정기국회를 기다려야 한다.

세입자살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회원들이 6월 16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세입자 살려'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입자살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회원들이 6월 16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세입자 살려’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기에는 이미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당정으로선 기다릴 여유가 없다.FX시티

당정은 내달 4일 임대차 3법이 통과되고 나서 바로 시행될 수 있도록 국무회의 의결 등 남은 절차를 최대한 압축할 방침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7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는 임대차 3법을 통과시키고 시행도 법 통과 직후 바로 시행될 수 있도록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개혁위 “총장 진두지휘에 과잉수사”..권한 분산안 마련
인사 앞두고 장관-총장 ‘인사의견’ 진술절차 개선안도 권고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 2020.6.2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 2020.6.2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27일 검찰총장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라는 권고안을 낸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 지휘권을 박탈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데 이어 ‘윤석열 힘빼기’ 방안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혁위는 이날 오후 2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7층 대회의실에서 43차 회의를 열고 Δ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 분산 Δ검사인사 의견진술 절차 개선 Δ검찰총장 임명 다양화 등 안건을 논의한 뒤 권고안을 발표한다.

권고안에는 검찰총장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내용이 우선 담길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이 전국 검찰청의 모든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어 권한이 비대하고, 집중된 권한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견제 수단이 마땅하지 않아 해결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개혁위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검찰총장이 수사를 진두지휘하면 검사들이 ‘무조건 기소’를 목적으로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게 된다”며 “그 결과 과잉·별건·표적수사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정치적인 사건의 경우 그 문제가 더욱 심하다”고 말했다.

다만 개혁위는 최근 추 장관과 대치 국면을 벌이며 여권의 집중 공세를 받는 윤 총장을 겨냥한 ‘힘빼기’에 발맞춘 권고안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출범 당시 발표한 ‘4대 검찰개혁 기조’에 따라 이전부터 연구해온 과제라는 것이다. 개혁위는 Δ비대해진 검찰조직 정상화 및 기능 전환 Δ검찰조직의 민주적 통제와 내부 투명성 확보 Δ검찰권 행사의 공정성·적정성 확보 Δ수사과정에서 국민 인권보장 강화를 개혁 기조로 내건 바 있다.

개혁위는 앞서 마련한 검찰개혁 기조에 따라 대검찰청 조직 축소와 관련한 권고안도 차후 발표할 방침이라고 부연했다.

검찰인사가 당장 이번 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개혁위는 검찰인사 의견진술 절차와 관련한 권고안도 마련했다.

추 장관은 지난 1월 인사에서 윤 총장의 인사의견 청취와 관련해 신경전을 벌였고, 결국 윤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인사를 강행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검찰청법 34조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개혁위 관계자는 “규정에는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만 돼있고 절차나 형식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검찰과 법무부가 한 몸일 땐 암암리에 지나갔더라도 (지난 인사 때처럼) 양측이 부딪칠 경우 순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발표에는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탈검찰화’를 이뤄 현직 검사에 한해 임명이 이뤄지는 관행을 고치고 임명의 다양화를 이뤄야 한다는 권고도 있을 예정이다.


[엑스포츠뉴스 전아람 기자] 배우 황석정이 피트니스 대회 ‘YESKIN SPOFIT GRANDPRIX'(이하 ‘예스킨 스포핏’)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파워볼사이트

26일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열린 이번 예스킨 스포핏 대회는 황석정의 출전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날 대회에서는 남자 피지크와 여자 비키니, 남녀 스포츠모델 등 기존 종목에 신설된 핏모델, 노비스 카테고리까지 추가로 진행됐다.

가장 많은 관심은 역시나 50세의 나이에 머슬퀸에 도전하는 배우 황석정에게 쏠렸다. 많은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황석정은 오랜 경력의 배우답게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현장에서는 인터뷰를 통해 여러 차례 고마움을 전한 바 있는 배우 최은주와 양치승 관장은 물론 홍석천과 마흔파이브 김지호 등도 응원에 나섰다. 

비키니 노비스와 핏모델 종목에 출전한 황석정은 비록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몸이 너무 아파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스포핏은 내 몸을 똑바로 볼 수 있게 해준 감사한 대회”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간 많은 매체의 관심을 받았던 황석정은 대회 출전을 통해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황석정은 현장 인터뷰에서 “아프신 분들, 힘드신 분들 다 털어내실 수 있게 모두 스스로 계기를 만들어 스포핏 대회에 나와보시면 좋겠다”며 도전하는 자세가 아름답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올해 새롭게 추가된 노비스 종목의 입상자가 먼저 발표됐다. 노비스 종목은 대회일 기준 2년 내에 동일 종목 1위 입상 이력이 있으면 출전 할 수 없어 수상 경험이 없는 선수들에게 유리한무대다. 하지만 이런 조건이 무색하게 참가자들은 작품에 가까운 몸을 자랑했다. 남녀 스포츠모델 부문에서는 오상현과 노유현이 영광의 주인공이됐고, 여자 비키니 종목은 김나윤, 남자 피지크 종목에서는 김두환이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진짜 무대가 시작됐다. 남녀 핏모델은 한기민과 노예슬이, 스포츠모델은 조현상과 박규림이 최고의 자리에 우뚝섰다. 특히 핏모델 우승자 노예슬은 13개월된 아기의 엄마라고 밝혀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대회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여자 비키니 종목 우승은 윤보나가 차지했다. 윤보나는“스포핏 무대가 너무 예뻐서 꼭 서고 싶었는데 상을 받게 되어 너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자 피지크 그랑프리는 김시문에게 돌아갔다. 김시문은 “이렇게 좋은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보수 커뮤니터서 ‘차기 법무부 장관’, ‘정치인’ 지칭
수사팀 반발 속 정치권 잡음..한동훈 “끝까지 이겨낼 것”

한동훈 검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차량을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한동훈 검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차량을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가 ‘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 불기소를 권고하자 일부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팬덤’ 현상이 생기고 있다.

이들은 한 검사장을 향해 ‘차기 법무부 장관’, ‘정치인’ 등 수식어와 함께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심의위는 지난 24일 초유의 ‘지휘권 발동’을 부른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할 것을 권고했다.

검찰은 스스로 도입한 심의위에서 내린 결정을 뒤집기에 부담이 따를 전망이다. 실제로 검찰은 앞서 8차례 열린 심의위 의결을 모두 따랐다.

심의위의 결정으로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 검사장에 대한 응원의 글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한 검사장을 가리켜 ‘정치인’, ‘예비 대선 후보군’, ‘차기 법무부장관’ 등이라 부르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아울러 윤 총장과 함께 ‘난형난제’, ‘차기 야권 핵심 인물’, ‘권언유착 수사의 핵심 인물’ 등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번 결정에 “납득하기 어렵다”며 수사 강행 의사를 내비쳤으나 수사팀은 물론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비판은 정치권에서 이어졌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검찰 개혁’ 한다고 본인들이 만들고선 그마저도 입맛에 맞지 않자 ‘적폐’라며 뱉어내려는 것”이라며 “‘우리 총장님’에 이어 ‘우리 심의위’마저 허물어뜨릴 심산인가보다”고 비판했다.

여기서 ‘우리 총장님’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뜻하는 말로 윤 총장이 기수를 파괴하며 파격 발탁된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우리 윤 총장님’이라고 불렸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취임 이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로 정권과 마찰을 빚기 시작했으나 이번 검언유착 사건에선 사상 처음으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수용하기도 했다.

검찰 안팎의 압박이 심해질수록 윤 총장이 야권의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보수 성향의 커뮤니티에선 윤 총장을 ‘차기 대통령’으로 주목하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 20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조사한 대선 주자 선호도에서 14.3%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23.3%), 이재명 경기도지사(18.7%)에 이어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한동훈 검사장은 심의위 권고에 대해 “심의위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한 검사장은 “권력이 반대하는 수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 위원회가 저를 불기소하라는 결정을 하더라도 법무장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저를 구속하거나 기소하려 할 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이 광풍의 2020년 7월을 나중에 되돌아볼 때 적어도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 중 한 곳만은 상식과 정의의 편에 서 있었다는 선명한 기록을 역사 속에 남겨주십사 하는 것”이라며 “그래 주시기만 한다면 저는 억울하게 감옥에 가거나 공직에서 쫓겨나더라도 끝까지 담담하게 이겨내겠다”고도 말했다.

[울부짖지 못할 수밖에-③]’피해자다움’ 강요에 대한 우려..전문가 “‘동등한’ 인간의 말로서 들어야”

[편집자주] 박원순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이런 편지를 썼다. “처음 그 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게 너무 후회된다고 했다. 긴 침묵의 시간 동안 힘들고 아팠다고 했다. 그러나 그건 침묵하게 하는 ‘구조’ 문제였다. 그 안에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전하고 싶다. 울부짖지 못한 건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당신은 용기 있는,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벌써 10년 전 얘기라 했다. 그해 여름이었다. 이연지씨(26, 가명)는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다. 친구네 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저녁, 지하철 안이었다. 자리에 앉아 졸고 있었다. 허벅지에 감촉이 느껴져 옆을 보니, 한 중년 남성이 손등을 슬며시 대고 있었다. 놀라서 몸을 움직이자 그는 아무 일 없는 척했다. 이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 역에서 내렸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도무지 몰랐다. 그저 두렵고 피하고 싶었다. 진정이 된 뒤엔 계속 눈물이 쏟아졌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뒤에야, 엄마에게 어렵게 털어놓았다. 듣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 XX 나쁜 XX네”, “연지야, 네가 잘못한 거 아무것도 없어” 같은, 그런 평범한 위로. 그러나 그가 처음 들은 말은, 큰 상처로 돌아왔다. “뭐? 그걸 왜 참고 있었어?”, “가만히 있으면 어떡해?” 걱정과 화가 섞인 말이었으나, 이씨는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참은 내가 바보였구나, 내가 잘못했구나.” 그 자책은 한참이 지나도록 지워지지 않았다.

피해자는 피해자다워야 할까. 피해를 겪으면 즉각 거부하며 소리치고, 바로 증거를 모으며, 그걸 반드시 빠르게 신고하고, 그 이후엔 아주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그리 행동해야만 할까. 그렇게 못했다면 의심하고 비난받아야 마땅할까. 그런 ‘피해자다움’에 대한 시선이, 또 다른 가해가 될 뿐 아니라 피해자들이 침묵하게 만든다는 우려가 쏟아진다.━그냥 행복하고 싶은, 평범한 사람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뮤지컬 관객들이 문화예술계 미투운동을 지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뮤지컬 관객들이 문화예술계 미투운동을 지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성폭력 피해를 털어놓으면, 숱한 말과 의심이 쏟아진다. ‘피해자다움’에 대한 요구다. “왜 그때 피하지 않았느냐”, “바로 신고하지 않았느냐”, “몇 년씩 참았느냐”, “증거는 있느냐” 등이다. 피해로 인한 상처를 달래고, 진상을 밝히기에도 버거운 그들에게, “너 정말 피해자가 맞느냐”고 따져 묻는다.

그러나 그들은 단 한 순간이라도 피해자가 되고자 한 적이 없다. 원치 않게, 어느 날 일순간에 피해를 겪은 것뿐이다. 유난스러운 이도, 별종도 아니다. 잘못을 저질러 피해자가 된 것도 아니다. 그저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행복하게 살고 싶은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이는 피해자들이 많이 언급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2018년 1월,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힌 서지현 검사는 “피해자다움 따위는 없다. 피해자야말로 누구보다 행복해야 할 사람”이라고 했다. 박원순 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피해자는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 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의 고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김지은씨는 저서 ‘김지은입니다’에서, 한 챕터를 다 써가며 ‘나, 김지은’이란 자신의 이야길 했다. 장녀로 태어났고, 유약하고 겁 많은 어린 아이였고, 유치원에 다닐 땐 “김지은!”이란 선생님 부름에 “네!”하고 크게 답하는 것도 두려웠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서점을 운영하는 게 작은 꿈이었다. 김씨는 “평범하게 자라 평범하게 살고자 발버둥 친 비정규직 노동자였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미투 이후, 그를 향한 2차 가해는 가혹했다. 김씨는 “미투 이후 상상도 못한 수많은 거짓 서사가 따라왔다”고 했다. 맥락과 전후 내용이 지워진 문자 캡쳐본들이 거짓 주장에 동원 됐단다. 의료 기록과 병원 진단서가 온라인에 나돌기도 했다. 김씨는 저서에서 “모르는 사람들의 작은 말에도 심장이 산산조각 깨지는 것 같았다”고 그 기분을 표현했다.━‘피해호소인’이란 기괴한 신조어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혁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혁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원순 시장 사건에서도 피해자를 향한 의구심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치적 지지와 맞물려, 그 성향에 따라 피해자를 압박하는 일부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게 ‘피해 호소인’이란 말이었다. 여권을 중심으로 박원순 시장 사건 피해자에게 ‘피해 호소인’이란 표현을 반복해서 썼다. 신조어나 다름없을 만큼, 성희롱 피해자에게 쓰던 말이 아녔다. 이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2일 오전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경찰에 신고하는 즉시 법적으로 ‘피해자’가 된다. 이렇게 피해자란 명칭도 쓰면 안 되는듯한 사회 분위기는 생전 처음 봤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 사건 피해자를 향해선 지속해서 “증거를 대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이에 피해자 측이 “증거는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하는데도, 계속해서 같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증거를 대라고 하고, 그래서 증거를 얘기하면 ‘그게 어떻게 성추행이냐’는 식으로 말할 것”이라며 “얘기하면 꼬투리를 잡으니, 방어 차원에서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 논리에 따라 달라지는, 피해자를 향한 ‘잣대’가 장기적으로 좋지 않단 지적도 나왔다. 오 교수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 편인지 아닌지에 따라 달라지면, 가치 판단에서 혼란이 온단 설명이다. 이어 “그러면 운이 좋으면 빠져 나가고, 걸리면 운 나쁘게 걸렸단 얘기가 나온다”며 “길게 봤을 때 정의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피해자를 제대로 바라보는 법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내용이 담긴 대자보와 메모들이 1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도서관 입구에 부착돼 있다./사진=뉴시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내용이 담긴 대자보와 메모들이 1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도서관 입구에 부착돼 있다./사진=뉴시스

피해자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는 매우 단순하다.

오 교수는 “정치적 지지와 상관없이, 옳으면 옳다, 그른 건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성숙한 사회”라며 “보통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상식선에서 접근하면 답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니 피해자를 특별히 바라보자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저서 ‘늘 그랬듯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에서 “피해자 말을 존중하려면 그 말의 맥락을 특정한 방식으로만 소모하지도, 소비하지도 않아야 한다”고 했다. 피해자를 성역화하지도, 자신의 해석을 강요하지도 않으면서 ‘동등한’ 인간의 말로서 상대의 목소리를 듣잔 의미다.

그러면서 그는 피해자들이 내는 목소리를 독려했다. 미투 얘기다. 권김현영 연구활동가는 저서에서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지 모른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며 “말을 하면 확실히 달라지는 게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는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똑같은 문 앞에서 열지 말지 수천 번 망설이며 계속 서 있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김지은씨는 저서에서 미투를 결심하게 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당시 안 전 지사의 수행 팀장을 했던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수화기 너머 작은 목소리조차 심장을 때리는 것 같았다. 이상함을 느낀 선배가 “무슨 일 있느냐”고 물었고, 김씨는 고민 끝에 피해 사실을 어렵게 털어놓았다. 적막이 흘렀다. 그는 속으로 ‘역시 다 똑같구나, 도와줄 사람은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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