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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공무원

[경향신문]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보고서 작성 지시 놓고 ‘직권남용’ 공방
피고인 측 “명백히 위법한 지시가 아닌 한 그것에 따를 의무 있다”
검찰 “지시 따랐다 하더라도 하급자가 원칙 어겼다면 처벌해야”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관료제 조직만큼 좋은 게 없다. 윗선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관료제 조직은 성과를 내는 데 효율적이다. 그런데 그 지시가 위법·부당하다면 어떨까. 그래도 지시를 따라야 할까.파워볼엔트리

사법농단 재판에서 ‘영혼 없는 공무원’이 화두가 되고 있다. ‘영혼 없는 공무원’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처장·차장·실장 등이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법관 독립 침해 우려가 있는 내용을 검토해 보고서로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을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거론됐다.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위법·부당한 지시를 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인정돼야 한다.

피고인들은 법원행정처가 관료제 행정조직이기 때문에 ‘명백히’ 위법한 지시가 아닌 한 하급자에게는 상급자 지시에 따를 복종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상명하복 질서에서 하급자 행위는 쉽게 ‘의무 없는 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위법·부당한 지시를 하급자가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급자의 지시에 따랐다 하더라도 하급자가 ‘원칙·기준·절차’를 어겼다면 처벌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행정조직 내부에서 벌어진 (위법적인) 일은 국가의 위법을 시스템화한다”는 게 검찰의 말이다.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상당수의 전직 심의관들은 보고서 검토·작성 지시를 받았을 때 특별히 위법·부당한지를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의관들은 일반 공무원이 아니다. 누군가를 심판하는 법관이다. 그들의 영혼은 언제 어느 대목에서 발현될까.

■“손발일 뿐” vs “영혼 있어야”

공무원이 ‘사인’을 대상으로 한 직권남용 사건은 논쟁거리가 아니었다. 사인은 공무원 지시를 따를 의무가 있을 리 없다는 점에서 당연히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인정됐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사기업에 미르·K스포츠 재단 후원과 특정인 채용을 요구한 행위가 그 예다. 문제는 행정조직 내부에서 발생한 직권남용 사건이다. 최근 몇 년간 상급공무원이 하급공무원에게 한 지시에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상급공무원을 기소한 사건이 늘었다. 피고인들이 하급자는 별다른 권한을 갖고 있지 않고, 권한이 있는 상급자 지시를 수행할 의무에 따라 손발 역할을 했을 뿐이라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보조자’ 논리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대표적이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감찰 무마 혐의를 두고 “감찰 중단에 대한 최종결정권은 나에게 있다”며 직권남용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게 바로 이런 맥락이다.

하급자가 보조자라고 바로 무죄는 아니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인사담당 장학관에게 특정인이 승진하도록 인사안을 조정시킨 사건에 대한 2011년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직권남용죄 적용이 행정조직 내로 확대됐다. 대법원은 상급자가 자신의 직무를 하급자에게 단순히 보조하게 했더라도 하급자가 지켜야 할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명시돼 있고, 이를 위반하게 시킨 때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판결에서 대법원은 더 명확히 기준을 세웠다. 상급자 지시 때문에 하급자가 “직무수행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 등을 위반”한 경우에 의무 없는 일을 한 때로 본다는 것이다. 지난 5일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재판에서는 ‘원칙·기준·절차’를 어느 수준에서 도출할 것인지를 두고 공방이 오갔다.

피고인 측은 원칙·기준·절차가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법률에 명시돼 있어야 한다며, 그게 없다면 함부로 ‘의무 없는 일’을 했다고 평가해선 안 된다고 했다. 특히 “심의관의 보고서 작성에 무슨 원칙·기준·절차가 있느냐”고 했다. “상급자가 나한테 보고하라고 하급자에게 시키는 것은 직무의 구체적인 집행 절차가 법령에 명시돼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또 하급자에게 고유한 권한이 부여돼 있지도 않을 겁니다. (…) 심의관의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구체적으로 명시된 법령을 제시해야 됩니다. 없으면 ‘의무 없는 일’이 아닌 겁니다. 직무상 의무를 이행한 겁니다.”(이민걸 전 실장 측 민병훈 변호사)

반면 검찰은 원칙·기준·절차를 최상위법인 헌법이나 각종 법령에서 도출할 수 있다고 했다.

“천태만상으로 일어나는 행정 영역에서의 행위를 모두 사전적으로 예측해서 원칙·기준·절차를 규정으로 명시한다는 것은 필요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 심의관이 법관 독립을 저해하는 방향의 연구나 검토에 부응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기준·절차를 도출하는 것은 크게 어려움이 없습니다. 헌법, 법원조직법, 법관윤리강령이 있습니다.”(남철우 검사)

이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의 우배석 김용신 판사가 말했다. “공무원이 영혼이 없으면 되나, 원칙을 위반하는 정도는 규율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차원에서, (대법원 법리가) 나온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한편으로 듭니다.” 민 변호사가 답했다. “보고서 작성이 심의관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정도인가요? 그러면 영혼 없는 공무원은 다 처벌해야 합니까? 영혼은 누가 규정합니까? 누가 선거에서 이기면 영혼이 달라집니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수행한 하급공무원들의 영혼 없음이 문제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직자가 돼선 안 된다”는 말을 했고, 국회에선 위법한 직무상 명령은 거부해야 한다는 내용의 ‘영혼 없는 공무원 방지법’이 등장했다.

■“심의관은 요리 재료 만들어줄 뿐”

사법농단 재판과 맞물려 법원에선 직권남용죄 처벌 범위를 좁히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구회근)는 권양숙 여사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미행하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해 직권남용죄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에서 1심 유죄를 2심 무죄로 바꿨다.

이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대공·대정부전복·방첩 등 보안정보 수집에 관한 직권을 남용해 민간인을 감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게 위법하다고 인정하면서도 하급자의 정보 수집과 관련한 기준·절차 규정이 없고, 직원은 원 전 원장의 보조자였을 뿐이라면서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위법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아주 구체적인 실무 영역에 대해서까지 법에 절차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영혼’ 이야기는 시시각각 다르게 활용된다. 신광렬·조의연·성창호 판사의 1심 재판에서는 피고인 측이 심의관은 영혼 없는 공무원이 아니라면서, 이들이 작성한 문건 내용이 검찰 주장대로 부적절한 게 아니라고 따졌다. 지난 1월6일 김민수 판사가 증인으로 나왔을 때다. 김 판사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있으면서 검찰의 법관 비리 수사에 대한 대책 문건을 작성했다. 조 판사 측 변호인이 ‘위기 상황 도래 전에 언론 관심을 검찰로 돌린다’는 기재에 대해 물었다.

“증인은 실장과 차장 지시로 (이 내용을) 적었다고 했는데요. 그러면 실장에게 ‘그렇다고 검찰이 무서워서 법원 수사하지 말자고 할까요’라는 얘기는 안 해봤습니까?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이 ‘영혼 없는 공무원’도 아닐 것이고요. (문건을) 쓰면서 그런 생각 안 해봤어요?”(조 판사 측 송봉준 변호사)

“그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김 판사)

“‘아, 이래도 되나? 이거 위법한 것 아니야? 적절한 것이냐?’ 식의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습니까?”

“너무 바빠서 깊이 있게 생각을 못해봤습니다.”

피고인들이 말하는 법관의 모습은 극단을 오간다. 법원행정처 심의관일 땐 윗선 지시에 따라야 하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었다가, 일선에서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일 땐 법원행정처 등 어떤 외부 간섭도 떨쳐내야 하는 영혼 있는 공무원이 된다.

심의관이 생각하는 심의관은 어떤 역할이었을까. 기획조정실 심의관이었던 정다주 판사가 후임에게 주려고 작성한 ‘업무인수인계서’ 문건에는 심의관이 무엇인지가 적혀 있다. “기조실은 정무적 감각이 생명임” “매일 1회 이상 인터넷 네이버 등에서 법원, 법관, 판사 등의 검색어를 입력해 뉴스를 검색해 공보관실 뉴스에 없는 특이한 뉴스가 있을 경우 즉시 보고하여야 함” 등 문구가 나온다. 예산 업무는 법원행정처 업무 중에서도 중요하다. “판사라는 마인드를 버리고, 심의관 마인드에서 접근해야 함. 그들(국회·기재부)이 갑(甲)임.”(문건 중)

대법원장 비서실 판사가 폐지됐지만 기획조정실이 사실상 비서실 판사 역할을 했다. “비서실 판사가 없어지면서 그 역할을 맡고 있음” “하지만 스탠스가 애매해 지시가 있을 경우에만 움직이면 될 것임. 작년 초에는 (대법원장) 말씀 업무와 함께 매주 3회 정도 오전에 비서실장님을 뵙고 지원이 필요한 사항이 있으신지 체크했음”(문건 중).

심의관일 때 윗선 지시를 받아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태스크포스팀(TFT)에서 예상 판결 내용과 파장 등을 분석한 이은상 전 판사는 지난 5월2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에 나와 심의관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TFT의 주무 실·국장님들이 어떤 스탠스를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그냥 하는 겁니다. 짜장면 만들지, 짬뽕 만들지 모르겠지만 일단 양파를 깎으라면 깎는 겁니다. 의사결정권자님이 하실 문제이고, 현재도 그렇고 그때도 특별히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이 전 판사가 작성에 참여한 문건은 나중에 재판 개입에 활용됐다.

사법농단 재판 중 핵심 인물인 이규진 전 상임위원과 이민걸 전 실장,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 방창현 판사에 대한 1심 재판은 다음달 말 끝난다. 내년 초 판결이 나온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월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 앞서 고기영(왼쪽) 차관, 심재철(가운데) 검찰국장과 대화를 하는 모습. /이덕훈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월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 앞서 고기영(왼쪽) 차관, 심재철(가운데) 검찰국장과 대화를 하는 모습. /이덕훈 기자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 10월 검찰 간부 20여명에게 1인당 50만원씩, 약 1000만원 격려금을 현찰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특활비와 관련해 “주머닛돈처럼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 6일 대검 감찰부에 감찰을 지시했으나, 오히려 법무부가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동행복권파워볼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심 검찰국장은 지난달 14일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을 찾아 ’2021년 신임 검사 역량평가’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일선 차장·부장검사들과 오찬을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당일 검찰국은 오찬 일정을 취소하고 대신 면접위원 20여명에게 격려금을 50만원씩 지급했다. 이날은 용인분원에 근무하던 한동훈 검사장을 충북 진천본원으로 보내는 ‘원포인트 좌천 인사’가 단행된 날이었다. 해당 격려금은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출장비나 면접위원 수당과는 무관한 별도의 ‘금일봉’이었다고 한다. 봉투에는 ‘심재철’ ‘수사활동지원’이라고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 국장은 추 장관 취임 후 검사장으로 승진해 핵심 요직인 대검 반부패부장을 거쳐 법무부 검찰국장에 임명된 대표적인 친여(親與) 성향 검사로 꼽힌다. 지난 1월 반부패부장 시절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과 관련해 ‘조국 (전 장관) 무혐의’를 주장했다가, 대검 간부 상갓집에서 후배 검사로부터 “당신이 검사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10.26 국회사진기자단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10.26 국회사진기자단

이번 격려금이 과거 이영렬 검사장 돈봉투 사건을 연상케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2017년 4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 안태근 당시 검찰국장과 검찰국 간부는 서울 서초동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안 국장은 특수본 검사들에게 70만~100만원씩, 이 지검장은 검찰국 과장들에게 100만원씩 격려금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하나파워볼

이 지검장은 격려금이라고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그해 5월 ‘엄정히 조사하라’며 감찰을 지시했고, 법무부·대검 합동 감찰 결과에 따라 이 지검장은 면직(免職)됐고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면직처분 취소소송에서도 승소한 이 지검장은 지난해 검찰 복직 후 하루 만에 사표를 냈다.

검찰 내부에서는 심 국장이 현찰로 격려금을 지급한 것에 대해 “부당한 특활비 사용 사례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국에 근무했던 한 검찰 간부는 “인사 업무인 면접과 관련해 특활비를 줬다면 명백히 부적절한 예산 집행”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르면 특활비 사용 범위는 ‘기밀 유지를 위한 정보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으로 한정된다. 신임 검사 면접은 법무부 검찰국이 주관하는 ‘인사’ 업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심 국장이 특활비 예산으로 격려금을 줬다면 지침 위반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 검찰국의 특활비에 대한 지적은 국회 법사위에서도 제기됐다. 지난 9일 법사위 의원들이 대검을 방문해 법무부와 대검 특활비 내역을 검증했는데, 이후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인사·예산을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에 10억여원의 특활비가 지급됐다”며 “‘정보 수집 및 범죄 수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법무장관이 주머닛돈처럼 썼다면 횡령, 국고 손실 등을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검찰국 특활비 사용이 적절한지’ 질문하자, 심 국장은 “인사 관련 문제는 다 비밀이 필요한 거고, 검사 인사라는 게 다 수사하고 관련된 업무들”이라며 애매모호하게 답변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신임 검사 면접이 기밀을 요하는 ‘수사·정보’ 업무냐”는 지적과 “심 국장이 법무부 예산으로 생색 내기 격려금을 지급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 검찰 간부는 “그간 여러 번 신임 검사 면접위원으로 참여했지만 공식 수당 외에 격려금을 받아본 적은 한 차례도 없다”고 했다. 심 국장과 법무부 대변인은 ‘법무연수원 격려금의 출처’에 관한 본지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감염학회 등 “상황 더 악화 위험”.. 신규 확진자 사흘 연속 300명대
정부 “3차 유행 진행중” 공식화.. 丁총리 “연말 모임 자제해달라”

고3 확진자 나온 순천 고교서 코로나 검사 20일 오전 전남 순천의 한 고교에서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운동장에 줄지어 서 있다. 해당 고교 3학년 학생이 전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데 따른 조치다. 순천시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 후 전국 시군구 중 처음으로 20일 0시를 기해 거리 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순천=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2, 3월 대구경북 중심의 1차 대유행, 8월 수도권에서 확산된 2차 대유행에 이어 세 번째 대규모 확산이다.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가을 이후 대유행이 현실이 된 것이다.

20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63명. 사흘 연속 300명을 넘었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다. 21일 중등교사임용시험을 앞두고 이날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대형 학원과 관련해 최소 39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임용시험 응시자는 전국적으로 6만 명이 넘는다. 2주도 남지 않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방역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수도권은 지역사회 유행이 본격화하며 대규모 유행으로 진행되는 양상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며 “2, 3월과 8월에 이어 세 번째 유행이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3차 대유행을 처음 공식화한 것이다.

광주와 강원, 전남 등에선 기존 집단감염의 고리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와 세종 등에서도 확진자가 새로 나오는 등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전국 동시다발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무증상이 많은 40대 이하 확진자가 절반을 넘는 것도 걱정이다.

갈수록 추운 날씨 속에 연말 각종 모임 등을 통한 ‘3밀(밀폐·밀집·밀접)’ 전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코로나19 관련 6번째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제 전국 어디에도 안전한 곳이 없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각종 모임을 최대한 자제하고 필수적인 활동 이외에는 가급적 집 안에 머물러 주시라”고 당부했다.

대한감염학회 등 11개 의료분야 학회는 이날 공동 성명서를 내고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더 악화돼 고위험군에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며 “효과적인 조치 없이 1, 2주 지나면 일일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만 명, 사망자는 500명을 넘어섰다. 1월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지 305일 만이다.

이미지 image@donga.com·이소정 기자ⓒ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내 이낙연·이재명 양자구도 한계론 고개
윤석열과 양자대결 결과로 위기감 인식
양정철 등장, 당내 대선구도 새판짜기 전망
일각선 김경수 대체자로 유시민 주목

21대 총선을 마치고 야인신분으로 돌아갔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활동을 재개하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비상하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1대 총선을 마치고 야인신분으로 돌아갔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활동을 재개하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비상하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등장에 정치권의 관심이 비상하다. 양 전 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선거전략통이라는 점에서 차기 대선을 준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야인 신분으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총리,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유력인사를 두루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양 전 원장이 새로운 후보를 발굴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내 대선판도는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양강구도가 6개월 이상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두 사람의 지지율이 20% 안팎의 박스권에 갇혀있고, 다른 주자들은 존재감 조차 희미하다는 점이다. 수치를 떠나 후보의 다양성면에서는 야권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다.

친문으로 통하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낙연 대표의 안정감, 이재명 지사의 저돌성, 김경수 지사의 참신함, 또 개혁성을 갖춘 다른 후보 등 각기 장점을 가진 다양한 후보들을 가지고 있어야 국민들의 시선을 민주당에 잡아둘 수 있다”며 “김 지사가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민주당 내 선택지가 더 줄어든 형국인데, 다양한 후보들을 발굴해 국민 앞에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 윈지코리아컨설팅에서 실시한 가상양자대결 결과가 공개되며 새로운 후보발굴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전언이다. 해당 조사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야권 대선주자로 상정했을 때 이 대표와 이 지사 모두 승기를 잡기 못하고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심지어 이 대표와 맞붙었을 때는 윤 총장이 소폭 우위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나 이 지사의 지지율을 합쳐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인데, 지지층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양자대결 여론조사만 보면, 이 대표나 이 지사가 아닌 민주당 내 다른 사람을 올려도 비슷한 결과가 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 상태로는 정권재창출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0일 유튜브 알릴레오 북스 3편을 통해 소설 광장을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0일 유튜브 알릴레오 북스 3편을 통해 소설 광장을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일각에서는 양 전 원장의 움직임에 맞춰 여권 내 대선판도를 흔들 인사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주목한다.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북스로 복귀한 유 이사장은 책 비평이라는 소재를 통해 정치담론을 풀어내고 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가지고 정부의 광복절 집회 금지조치를 옹호한 그는 20일에는 고(故) 최인훈 작가의 소설 ‘광장’을 가지고 나왔다.

물론 유 이사장은 수차례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 다수의 진단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시사저널TV>에서 “유 이사장 본인은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민주당은 유 이사장을 밀어보려고 시도할 것”이라며 “긍정적 이미지의 스피커가 필요한 때이고, 유 이사장이 적당한 인물”이라고 했다.

다만 양 전 원장이 특정인물을 차기 대선주자로 점찍어 두고 움직이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양 전 원장이 민주당 내 주요 인사들을 먼저 만나 인사를 한 것은 자칫 불러올 수 있는 오해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차원이 아니겠느냐”며 “이해찬 전 대표나 양 전 원장 모두 정권재창출에 방점을 찍고 있는 사람들이지 특정인을 대선후보로 밀겠다는 차원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Copyrights ⓒ (주)이비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트럼프 변호인 “언론인이 조사하라”..더힐 “증거 못내놓고 공유 약속도 안해”

기자회견 중인 도널드 트럼프 캠프 법률 고문 시드니 파월(오른쪽), 오른쪽은 루디 줄리아니 변호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자회견 중인 도널드 트럼프 캠프 법률 고문 시드니 파월(오른쪽), 오른쪽은 루디 줄리아니 변호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불복 소송을 진행 중인 캠프의 변호인이 선거 조작 증거를 요구하며 출연을 요청한 폭스뉴스 측에 연락하지 말라며 화를 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미국 주요 방송사 중 유일한 보수성향으로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애청해왔지만, 이번 대선 과정에서 폭스가 일부 경합주(州)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일찌감치 예측하면서 둘의 관계가 틀어졌다.

20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인 터커 칼슨은 전날 트럼프 캠프의 법률 고문인 시드니 파월에게 연락해 선거 사기 주장에 대한 증거를 요구하면서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초대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날은 트럼프 캠프의 불복소송을 이끄는 루디 줄리아니를 비롯한 법률팀이 기자회견을 열어 기존의 선거 조작 주장을 반복한 날이었다.

파월은 회견에서 아무런 근거 제시 없이 도미니언 개표 시스템이 2013년에 사망한 베네수엘라 독재자 우고 차베스가 개발한 기술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칼슨이 증거를 듣기 위해 그에게 연락을 취했다는 것이다.

폭스뉴스 간판 앵커 터커 칼슨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폭스뉴스 간판 앵커 터커 칼슨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닐슨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폭스뉴스 프로그램들이 케이블 뉴스 프로그램 시청자 수 1∼4위를 휩쓸었고, 칼슨이 진행하는 ‘터커 칼슨 투나잇’이 1위를 기록했다.

칼슨은 파월의 주장은 “미 역사상 가장 큰 단일 범죄일 수 있다”고 말하면서 “우리가 계속 압박하자 그녀는 화를 냈고 우리에게 그만 연락하라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트럼프 캠프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 확인했을 때 그들도 파월이 어떤 증거도 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오늘 어떤 것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파월이 전자투표가 위험하다고 말했지만 어떤 투표가 소프트웨어를 거쳐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넘어갔는지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칼슨은 “우리는 무엇이 진실인지 관심이 있고, 여러분 또한 그렇다는 것을 안다”면서 파월과 나눈 대화를 공유한다고 전했다.

칼슨의 언급과 관련해 파월은 미 매체 워싱턴 이그재미너를 통해 언론인들이 모든 기사를 검토하길 권장했고 언론인 스스로 조사하라고 말했다고 더힐은 전했다.

파월은 “증거가 쏟아지고 있지만, 5분짜리 TV쇼는 지금 내 관심사가 아니다. 증거를 수집하고 소송을 준비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언급했다.

줄리아니와 파월은 회견에서 의심스러운 행동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시민들이 선서하고 썼다는 진술서를 제시한 것 외에 그들 주장에 대한 어떤 증거도 내놓지 못했고, 증거를 언론과 공유하겠다는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더힐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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